이글은 2012년도 서부Wee센터 사업보고서에 기고된 내용입니다
4번타자 Wee센터
광주양지병원
팜푸리youth센터 부센터장 이동천
병원의 가을 뜰도 붉게 물들었다. 바람이 나무를 스치우면 나뭇잎은 여느 가을처럼 부끄러워 단풍이 된다. 그런 가을이 깊어 갈 때 즈음 은수(가명)는 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팜푸리youth센터(양지병원 내의 청소년 정신건강치료센터)에 내원하였다. 은수 가족은 마치 ‘더 불편하게 있기 게임’을 하는 사람처럼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냉랭한 분위기였다. 중학교 2학년인 은수의 주된 문제는 잦은 가출과 폭력 그리고 니스흡입이었고 외래에서 상담 후 입원을 결정하였다. 은수는 상담을 할 때마다 아버지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잔소리만하며 거짓말만 한다고 비난했고 아버지는 친구들하고 못된 행동만 배워서 차라리 자식이 아니었으면 속 편하겠다고 호소하였다. 은수는 자신의 문제 행동에 대해 '집에 오면 아무도 없었다. 나와 함께 있어 준 사람은 친구뿐이었다. 친구를 만나다 보면 늦게 되고, 늦었다고 아빠에게 혼날 것이 무서워서 집에 못 들어갔다. 밥 사먹을 돈이 없어, 삥을 뜯을 수밖에 없었다. 삥을 많이 뜯기 위해서 폭력적이 되었고, 니스는 호기심에 시작한 것이 그렇게 되었다'라며 자신의 행동의 원인은 모두 아빠 때문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치료팀은 은수에게 심리평가를 의뢰하였고 낮은 자존감과 자기 부정 때문에 사물과 사람에게 적대감을 표현하고 있어 낙관주의프로그램과 사회기술훈련, 학습지원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좀처럼 은수는 변화가 더디기만 했다. 늘 가족의 탓을 해왔던 은수는 자기 자신의 소중함에 대해 인식하기 어려워했고, 변화를 거부했다. 가족 또한 절대로 방문(면회)하지 않겠다며 은수를 밀어내고 있었다. 치료팀은 가족치료를 병행하기로 했다. 같은 테이블에 앉는 과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비난이 아니라, 현재의 모습에 대해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으면서, 서로의 얼굴을 보며,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은수에게 비폭력 대화를 하기 위해 거울을 보며 입모양, 얼굴표정, 몸짓을 연습했고, 은수는 아버지에게 ‘첫 번째 대화를 부드럽게 시작하기’ 연습을 해서 더 편한 만남이 지속되었다. 그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서로를 알아가는 것, 서로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이 가족은 현재도 노력중이다.
은수가 치료를 받게 된 배경에는 학교Wee class와 Wee센터가 있었다. 은수가족은 선뜻 병원치료를 결정하지 못하셨지만 은수가 나쁜 아이가 아니라 정서심리치료가 필요한 청소년이다는 것을 센터 선생님들과 상담하였고 입원치료를 결정하였었다. 만약 Wee class와 Wee센터 없었다면 은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은수가족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건강치료를 받는 것에 부담이 있다. 정신건강치료는 다른 질병보다 편견과 오해가 깊다. ‘정신과 약은 중독된다’, ‘한번 치료받기 시작하면 완쾌란 것이 없다’, ‘기록이 남아서 장래를 망친다’ 등 이유도 여러 가지이다.
그럼에도 요즘 팜푸리youth센터를 찾는 손님(client)이 많아졌다. 치료센터 초기에는 부모와 조용히 찾아오는 우울증 청소년이 몇몇이었지만 현재는 손님 응대를 제대로 못할 정도로 북적이고 있다. 그 이유가 정신건강 치료를 받아야 할 청소년이 늘어나서 일까? 아니다. 유관기관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치료적 네트워크가 잘 움직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예전에는 사춘기의 방황이라고 생각했지만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의 위기로 보면서 해결 방법도 다양해졌다. 그리고 학교에 등교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Wee센터와 Wee class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다.
청소년기에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과제는 친구사귀기와 학습이다. 친구사귀기는 대인관계기술을 총망라한 종합상자이며 학습은 학교에서 배우는 한정된 교과목 이상의 청소년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자 배우는 모든 자원의 경험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는 내성적이어서 친구를 잘 못 사귄다고 고민하는 어머니께 친구를 사귀는 것은 외향적인 아이의 기술이 아니고 내성적인 아이들은 그 성향대로 몇몇의 친구와 깊이 있게 사귀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 드린다. 학교 공부보다 미용이나 제빵 책을 보고 있는 아이, 댄스와 노래를 하며 악보를 그려보는 아이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열망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부모님이 좋은 학원이나 관련 학습을 같이 탐색해주는 것이 지원이라고 말씀 드린다. 하지만 친구사귀기와 학습이 잘 안 되는 청소년들은 어떻게 개입해야할지는 교육계와 사회의 과제이다. 그 청소년 중 ADHD, 품행장애, 물질남용(본드, 니스 심한 음주와 흡연 등), 인터넷과다사용, 불안, 우울, 정신증 등의 문제로 과업을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는 정신건강의 조기개입이 절실히 요구된다.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이 일탈행위로 이행될 때 조기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학교 상담선생님, 학생 부장선생님, 담임선생님들께서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라고 한다. 우선 실제 정신건강의 문제인지의 객관적인 평가와 가족에게 치료를 권유할 때의 반응이 매우 저항적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Wee센터의 존재감은 위력적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전문적 기관이 바로 Wee센터이기 때문이다. 최근 병원치료를 받는 청소년들은 Wee센터를 통해 의뢰되는 경우가 많은데 개별적으로 내원하는 경우보다 치료적 성과와 예우가 매우 좋다. 이미 Wee센터에서 치료를 위한 준비와 부모역할에 대해 많이 배운 것이 중요한 요인이다. 부모와 청소년만이 문제해결에 고민하는 것보다 ‘학교-부모-학생-Wee센터-병원치료팀-지역사회’가 한 팀이 되는 팀접근(team approach)치료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년에는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 병원학교를 지정하여 팀 멤버가 하나 더 늘어난다. 학교중단을 예방하고 지속적 학습이 가능하면서도 보다 안정적인 치료가 유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기대가 된다. 이처럼 청소년들을 향한 교육청의 관심과 노력에 무한한 지지를 보낸다.
분명 누구에게나 위기가 있지만 회복의 과정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성장한다고 한다. 청소년에게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좀 더 시간을 부여한다면 분명 그들은 중고등학교로 진학 할 때, 대학에 진학 할 때, 직장에 입사할 때, 결혼 할 때 그리고 부모가 될 때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써 더 나은 결정을 할 것이다. 이 지역사회가 청소년들의 성장을 위한 안전망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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